약 BC2000년대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의 중심은 화족(華族)도 단족(壇族)도 아닌 이국(夷國)이었다.
그중에서도 요하 서쪽의 백이(白夷), 현이(玄夷), 람이(藍夷), 적이(赤夷)들이 가장 으뜸가는 소국(小國)이었고 버금가는 소국으론 산동반도 부근의 황이(黃夷), 래이(萊夷), 회이(淮夷)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이러한 힘의 균형은 BC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깨어지게되었다.
단족(壇族)의 왕검(王儉)이라는 이가 자신의 부족을 통합하고 나라를 세워 국호를 탁리(橐離) 즉 오늘날 말로 '하늘'이라고 하였다.
그 후에 왕검은 화족(華族)의 요(堯)라는 이와 함께 자신들보다 선진문명을 가진 이국(夷國)을 침략하여 멸망시켰다.
왕검은 백이(白夷), 현이(玄夷), 람이(藍夷), 적이(赤夷)들을 침략하여 복속시키고 그곳에 나라를 새로 세웠으며,
요(堯)는 래이(萊夷), 방이(方夷), 회이(淮夷), 황이(黃夷), 서이(徐夷)들을 침략하였지만 완전히 복속시키지 못하고 이들로부터 독립만 하여 왕으로만만 즉위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민족의 상고사는 단족(壇族)과 이국(夷國)이 혼혈하여 융화하는 역사이지만,
중국의 상고사는 화족(華族)과 이국(夷國)이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에 화족이 이국을 흡수하는 역사이다.
왕검이 '센단(震檀)'을 건국하다
왕검은 이국(夷國) 가운데 가장 으뜸인 백이(白夷)와 현이(玄夷)를 남침하여 점령하였으니 이곳이 바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백산(白山)과 흑수(黑水) 지역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머지 람이(藍夷)와 적이(赤夷)들도 왕검이 함께 점령하였다. 그리고 원래 탁리국(橐離國)의 백성가운데에 왕검의 권력에 복속치 아니하고 서쪽으로 이동한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예(濊)라고 부르게 되었다.
삼국유사에는 이를 신화로 바꾸어 복속한 이족(夷族)을 곰으로 묘사하고 복속하지 아니한 이족들을 범으로 묘사하였다. 또한 제왕운기에서는 왕검에게 복속한 이족(夷族)들을 단수신(檀樹神)이라고 표현하였으니 대개 왕검에게 복속한 이족(夷族)들에게 곰을 숭배하는 토템사상과 수신(樹神) 숭배사상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런 신화가 전해내려옴은 하늘을 숭배하던 단족(壇族)이 토템사상과 나무를 숭배하던 이족(夷族)을 통합하여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비져진 산물이 아닐까 한다.
한편 한반도에 살고 있던 도이(島夷)들은 이제 백이(白夷)로부터독립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산동반도와 황하 하류 그리고 회수 근처의 이족(夷族)들도 백이(白夷)로부터 독립하게 되었지만 요(堯)와 서로 대립하는 양상이 되었다.
왕검이 남쪽의 4개의 이국(夷國)을 점령하고 나라이름을 탁리(橐鯉)에서 센단(震檀)이라 고쳤음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에 九變震檀(구변진단)에 대해서 주석하기를 書雲觀秘記有九變震檀之圖朝鮮即震擅之說出自數千載之前라 하였으니 이는 "서운관(書雲觀)의 비기(秘記)에 九變震檀之圖(구변진단지도)가 있는데 朝鮮(조선)이 곧 震擅(진단)이라는 말로서 수천년 전부터 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朝鮮(조선)이 진짜 국명인지 震檀(진단)이 진짜 국명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국명은 센단「震檀(진단)」이지 朝鮮(조선)은 아니다.
왜 그런가?
왕검이 단족(壇族)을 통합하고 세운 나라의 이름이 탁리(橐離)임은 하늘을 뜻하던 우리민족의 고대어 '리'를 음차한 것이라고 앞서 말한바 있거니와, 이들이 남침하여 4개의 이국(夷國)을 점령하고 백이(白夷)들이 살던 백산(白山) 아래 평양(平壤)에 도읍하였으니 白을 우리말로 바꾸어 '센'이라 하고 그 뒤에 다시 '리'를 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센리'를 한자로 센단「震檀(진단)」이라 음차한 것이 곧 왕검이 세운 나라이름이다.[1] 오늘날에도 우리는 희게 된것을 '세었다'라고 하며 흰머리를 '센머리'라고도 하며 지방명중에 白狗洞을 '센갯골'이라고 함은 白을 '센'이라고 했던 흔적을 가지고 있음이다. 또한 굳이 '리'를 橐離(탁리)로 음차하지 않고 檀(단)으로 음차함은 복속한 이국(夷國)들 가운데 단수신(檀樹身)을 믿던 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리라. 어떤이들은 중국에서 보기에 진방(震方)이기에 진단(震檀)이라 불렀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한 사대모화주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조선(朝鮮)이라고 알고 있을까? 이는 아마도 중국역사책에 나오는 '기자가 조선에 갔다'는 기록과 '사기 조선열전'의 영향때문일 것인데 朝鮮(조선)이란 백이국(白夷國)에 속하던 하나의 지명이었지 나라이름은 아니었다. 그렇기때문에 한서 지리지 낙랑군에 조선현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읍을 '평양(平壤)'으로 옮기다
왕검이 남쪽에 있던 4개의 이국(夷國)을 점령하고 원래 탁리국(橐離國)의 수도 부소량(扶蘇梁)에서 백이국(白夷國)의 수도였던 평양(平壤)으로 옮겼는데 이후에 부소량은 출입금지지역이 되어 버렸으며 부소량이 바로 아사달 당장경(唐藏京)이 있는 곳이다. 이는 마치 여진족이 그들의 근거지인 만주에서 세력을 키워 명국(明國)을 점령하고 청국(淸國)을 세운 후에 만주를 봉금하고 명국(明國)의 땅으로 도읍을 옮긴 것과 마찬가지이다.
신채호 선생님께서는 平壤이란 '펴라' 즉 浿水의 이두문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平壤이란 우리말이 아니라 이족(夷族)들의 언어로서 한자의 뜻을 따라 그대로 '평평한 땅'이라는 말로 번역하면 올바른 뜻이 되는데 왜냐하면 한자(漢字)는 우리나라의 산물도 중국의 산물도 아닌 이족(夷族)들이 만든 것이고 평양(平壤)은 원래 우리땅이 아니라 이국(夷國)의 땅이기 때문이다. 한편 백이(白夷)들이 살던 백산(白山) 지역과 한반도의 도이국(島夷國)의 도읍인 대동강 유역이 대개 한참 후대인 전한(前漢)의 낙랑군(樂浪郡) 지역이 되는데, 낙랑군이 한반도에 있던 요하 너머에 있던 재야와 강단이 서로 싸울 일도 못됨은 낙랑군이란 원래 우리땅이 아니라 이국(夷國)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야할 땅은 어디인가?
그곳은 부소량으로서 다음편에 "부소량 오덕지 백아강에 얽힌 상고사의 비밀"을 이야기하면서 다 같이 찾아보도록 하겠다.
[1] 이와 같이 첫 도읍의 이름을 따라 나랏이름을 짓는 것이 매우 일반화 되어 있었는데 고구려는 '흘승골'의 '흘승'의 뜻을 따라 高을 붙였고 백제는 흰산(漢山)과 흰물(漢水)의 뜻을 따라 밝(百)을 썼으며 신라는 금성(金城) 즉 '쇠'를 新으로 차용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도시 또는 부락이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