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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연구

오덕지와 백아강

by 부르칸 2013. 8. 27.

고려사에 인용된 신지비사의 구절을 다시한번 되새겨보자


    又神誌祕詞曰, '如秤錘極器, 秤幹扶踈樑, 錘者五德地, 極器百牙岡, 朝降七十國. 賴德護神精, 首尾均平位, 興邦保大平. 若廢三諭地, 王業有衰傾.'

    또한 신지비사에 '(나라를 다스림은) 저울과 저울추와 저울판과 같으니, 저울대를 부소량으로 삼고 저울추를 오덕지로 하며 저울판을 백아강으로 삼으면 70나라가 항복하여 조공하러 올것이요, 德(덕)에 힘입어 神精(신정)을 보호하고 머리와 꼬리 즉 저울추와 저울판의 균현을 이루면 나라가 흥하여 태평을 보전할 것이다. 만약 3가지 깨달음의 땅을 폐하면 왕업이 쇄하리라'고 하였다


고려사 신지비사를 인용한 김위제도 위 부소량 오덕지 백아강을 삼경(三京)이라 하였으며 신채호선생님도 이에 동의하였지만 위 3가지는  삼경이 아니다. 부소량은 지난번 이야기한바와 같으며 이제 오덕지와 백아강에 대해서 살펴보기로하자.


1) 오덕지란 지방행정구역을 말한다


단군왕검이 부소량에서 주변 부족을 통합하여 나라를 일으켜 이국(夷國)을 정복하였는데 모두 정복한 것이 아니라 구이(九夷)가운데 오직 백이(白夷), 현이(玄夷), 적이(赤夷), 도이(島夷), 람이(藍夷)들만 통합하여 나랏니름을 센단(震檀)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 5개의 작은 이국(夷國)을 지방행정구역으로 삼아 이들의 이름을 덕(德)이라 하였으니 오덕지(五德地)란 다름아닌 정복한 다섯 이족(夷族)의 땅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오덕(五德)이란 것이 중국 철학과 맞아 떨어져 김위제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토덕(土德)이니 수덕(水德)이니 말하고 있지만 신지비사의 오덕지(五德地)란 이런것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렇다면 왜 오덕지(五德地)라 이름붙여졌을까?


우리옛말에 땅을 뜻하는 말들이 몇개 있는데 잘 알려진것이 '불'과 '라'이다.

그리고 내가 항상 주장하는바 '단'도 지명어미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지명어미가 바로 '덕'이며 여기 오덕지의 '덕'이 우리민족 단족(壇族)의 지명어미에 해당된다. 하지만 지명어미 '덕'이란 말을 德으로 음차하고나니 정복당한 이족(夷族)들은 이 말이 무슨말인지 모르는 까닭에 그 뒤에 같은말 地(지)를 붙여 그 뜻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마치 처갓집(妻家집)이나 역전앞(驛前앞)과 같은 겹문자에 해당되지만 한자어가 앞에 놓이고 순우리말에 뒤에 놓인 것과 같지 않고 순우리말에 앞에 놓이고 한자어가 뒤에 놓임은 피지배층 이족(夷族)의 말이 한자어(漢字語)인 까닭이요 한자(漢字)가 앞에 놓인 처갓집(妻家집)과 같은 말을 쓰던 중세조선시대에는 하층민이 한자(漢字)를 잘 몰랐던 까닭이기때문이다.


'덕'을 지명어미로 갖는 땅이름을 삼국사기에서만 찾아보면 아래와 같으며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찾아보면 더많이 나오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麟德(린덕)

        歸德(귀덕)

        封德(봉덕)

        懷德(회덕)

        盈德(영덕)

        安德(안덕)


이 '덕'이란 말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덕'이니 '둔덕'이니 하는 말의 '덕'과 그 어원이 같으며 '덕'의 뜻은 높은곳을 대개 이름이다. 금강경삼가해(1482)에 "棚 더기라"이라고 함은 '덕'이 곧 높은 곳을 말함을 뜻하는 것이다.[1]


그 많은 지명어미 가운데 '덕'이라 한 까닭은 대개 고대에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성읍을 작은 산위에 만들었기 때문이며 이에따라 5개의 지방행정구역을 그 모양에 맞도록 '덕'이란 말을 붙인것이다.


2) 백아강이란 행정수도를 말한다


단군왕검이 이국(夷國)을 복속시킨뒤에 원래의 도읍 부소량에서 점령한 백이(白夷)의 수도로 도읍을 옮겼는데 여기가 곧 평양(平壤)이며 평양은 백악(白岳)의 줄기에 있었다.

즉, 백악(白岳)을 다른말로 표현하면 白岡(백강)인데 여기에 牙가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후대에 중국문화가 우리나라에 침범하면서 신지비사를 필사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白岡을 白牙岡으로 고친것으로 보인다.

대개 전쟁에서 임금이나 대장기는 상아로 장식을 하는 까닭에 牙旗(아기)라고 하였는데 중국문화의 영향으로 임금이 살던 白岡(백강)을 다른 지방행정구역 德地(덕지)과 구별하기 위하여 牙을 붙여 白牙岡이라고 한 것이다.




[1] http://www.sejong.or.kr/에서 인용



소벌가리 (2010-11-12 18:36:39)    

하신 말씀을 살피니 평창 황태 덕장이 생각납니다.

훈몽자회에 /닥/(構)이라는 말이 있는데

얽은 구조를 뜻하며 이러한 종이가 닥종이고

닥종이 원료는 닥나무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박구위瓠公 (2010-11-12 19:54:27)    

저는 왜 덕장이라고 하는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황태덕장의 덕이 시렁이란 말이었군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더기'의 준말이 '덕'이고

'더기'란 고원의 평평한 땅이란 뜻이네요.

아마 신지비사 德은 棚을 음차한것이 아니라 '더기'의 준말 '덕'을 음차한것인가 봅니다.

소벌가리 (2010-11-12 20:09:45)    

그런 뜻이 있었군요

높은 산 사이 평평한 땅을 펀던이라 하는데

고장에 따라서는 펀더기, 펀덕지라고 합니다.

펀더기는 펀던과 더기가 합쳐진 말인 모양입니다.

더하여 강가에 형성된 높고 평평한 땅을 버덩이라 하는데

강버덩, 개울버덩이 있습니다.

river terrace, stream terrace에 해당되는 지질학 용어입니다.

고장에 따라서는 버덩(단구)을 펀더기, 펀덕지라고 한답니다.

박구위瓠公 (2010-11-12 20:29:02)    

버덩이 펀더기 재밌네요 ㅎㅎ. 오덕지와 비슷한 펀덕지가 나오네요...


/닥/(構)에 대해서 찾아봤는데요..

강희자전 構에 대한 설명중에 又楮木別名이 있는데요....

'닥'의 뜻을 가졌던게 構가 먼저일까요 楮가 먼저일까요?

헷갈리는군요.


제생각에는 훈몽자회에 構의 뜻을 '닥'이라고 한건

얽었다는 뜻이 '닥'이라는 말이 아니라

構의 뜻이 楮의 뜻과 같으며 이는 모두 '닥나무'를 뜻한다고 한것같습니다만...

소벌가리 (2010-11-12 21:44:15)    

그렇군요

닥-나무 [당--]


활용 정보:





「명사」『식물』


뽕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 높이는 3미터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며 대개 2~3개의 결각이 있다. 암수한그루로 봄에 단성화가 이삭 모양으로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열매는 9월에 붉은색의 핵과(核果)를 맺는다. 열매는 ‘저실(楮實)’ 또는 ‘구수자(

構樹子

)’라 하여 약용한다. 어린잎은 식용하며 껍질은 한지를 만드는 데 쓴다.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이나 밭둑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닥01. (Broussonetia kazinoki)

소벌가리 (2010-11-12 22:23:33)    

그런데 다음 말을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듭니다.


닥03

「의존명사」『북한어』『수산』


길이의 단위. 자망의 길이를 잴 때 쓴다. 한 닥은 50~150미터에 해당하며, 여러 개의 닥이 합쳐서 한 틀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