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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엄사수(淹㴲水)는 금수(金水)인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8.
글쓴이 백송.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이 부여에서 망명할 때 건넌 엄사수(淹㴲水)는 어디이고 그 뜻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국내 학계에서는 길림성의 송화강(松花江)으로 추정하고 있다.
옮겨 놓고 보니 이 사이트에서는 사자가 지원이 안되는 군요. 褫자에서 앞의 옷의(衣)변 대신 삼수변입니다. 淹(氵虒)水
필자는 주학연 선생이 지은 『진시황은 몽골어를 하는 여진족이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와 위치를 추정할 만한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였다.

먼저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몽은 오이(烏伊) ·마리(摩離) ·협보(陜父) 등 세 사람을 벗으로 삼아 함께 갔다. 엄사수(淹㴲水)<또는 개사수(蓋斯水)라고도 한다. 지금[고려]의 압록강(鴨淥江) 동북쪽에 있다.>에 다다라 건너려 하였으나 다리가 없어 추격병에게 잡히게 될 것이 두려워 물에게 고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요, 하백의 외손이다. 오늘 도망가는데 추격자들이 다가오니 어찌하면 좋은가?” 하자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를 만들었으므로 주몽은 건널 수 있었다. 물고기와 자라가 곧 흩어지니 추격하는 기마병이 건널 수 없었다.(네이트한국학번역문인용)

한편 광개토대왕비문에는 삼국사기와 달리 엄리대수(奄利大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면, 삼국사기에서 기록된 엄사수(淹㴲水)란 무슨 뜻일까? 
크라운 강희옥편에 있는 한자의 뜻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다.
淹: 물이름 엄, 㴲: 물가 사. “쓰”라고 되어 있다.
네이버 사전에 있는 淹의 현대 중국 발음은 옌(Yān)이다.
이것을 근거로 보면, 대체로 엄사가 <옌쓰>정도로 발음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주학연 선생이 지은 『진시황은 몽골어를 하는 여진족이었다』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만주어에서 금을 뜻하는 말 –애신(愛新)은 다양하게 발음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십(阿什‐아싀), 아선(阿鮮:아셴), 오신(烏新), 오손(烏孫), 안차(安車), 안출(按出), 안춘(按春) 등이 있다. 흑룡강의 아성(阿城)도 본래 옛 이름은 알추(阿勒楚)로서, 때로는 아싀하(阿什河)로 부르기도 하는데, 고대에는 안츼수(按褫水)라고 했으며, 『금사(金史)』에서는 안추후수(按出虎水)로 적고 있다. 『사기』「대완열전」에 언급된 엄채(奄蔡, 옌차이)국도 당연히 안추(按出) 또는 안처(安車)가 될 것이다.” (pp. 299‐300)
필자가 보기에 투르크어로 알치(ALCHI)는  금(金)을 뜻한다고 하므로 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발음이 비슷한 여러 가지 한자를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 몇 가지 자료를 더 찾아 보았다. 중국의 백과사전을 보면 “아십하(阿什河)는 송화강의 지류로서 흑룡강 남부에 있고, 위, 진, 당나라 시기에 안차골수(安车骨水), 금나라 때에 안출호수(按出虎水), 명나라 때에 금수하(金水河), 청나라 초에 아륵초객하(阿勒楚喀河)로 불렸으며, 1725년 아십하(阿什河)로 고쳤다. 안출호(按出虎)는 여진어로 금(金)이다”고 되어 있다.
阿什河 松花江干流南岸支流。位于黑龙江省南部。魏、晋至唐代称“安车骨水”,金称“按出虎水”,明称“金水河”,清初称“阿勒楚喀河”,1725年(清雍正三年)改称“阿什河”。“按出虎”,女真语“金子”之意(백도백과)
  
또한,『금사(金史)』「금국어해(金國語解)」에도 “金을 안춘(桉春)이라고 한다.(金曰 桉春)”이라고 되어 있다.
청나라 때의 경방창(景方昶)이 쓴 『동북여지석략(东北舆地释略)』에도, “안출호(按出虎)는 아출허(阿术浒)로 쓰는데, 지금의 아륵초객하(阿勒楚喀河)이고, 阿什河(아십하)는 안출(按出), 아출(阿术)의 음이 변화된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东北舆地释略 (清)兴义 景方昶 辑
以今图按之伯都讷城在宁古塔西北几及千里道里不合一也志云按出虎一作阿术浒按今阿勒楚喀河 【 水道提纲作阿尔楚库河即褚库河方昶按今土名阿什河皆按出阿术之音转今於阿勒楚喀城建设阿城县治

주학연 선생이 쓴 책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즉, 엄(奄)이 안(按)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淹(엄)도 안(按)과 같을 것이다. 褫(치)는 중국 발음이 “chi:츠”이다. 阿什河가 고대에 안츼수(按褫水)라고 하였는 바, 褫(츠)와 㴲(쓰)는 글자도 비슷하고 발음도 비슷하다. 

결론적으로 엄사수(淹㴲水)는 안츼수(按褫水)의 또 다른 표기방식인 셈이다. 按褫(안치)가 안추(按出)이고, 안추는 금을 의미하므로 엄사수(淹 水)는 곧 금수(金水)를 뜻한다고 보인다.
阿什河는 흑룡강성 상지시(尚志市)에서 발원하여 하얼빈 남쪽에 있는 아성(阿城: 금나라 상경)의 북쪽을 흘러서 하얼빈시의 동쪽을 지나 송화강으로 합류되는 강이다. 어쩌면, 삼국사기에서 기록한 엄사수(淹㴲水)는 아성 가까이 흐르는 阿什河를 가리킨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