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삼국유사의 호족(虎族)은 누구일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6.
삼국유사 단군사화에 환웅, 웅(熊), 호(虎) 이렇게 셋이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호(虎)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熊을 훈독하여 "곰"으로 읽어야 한다면 虎 역시 훈독하여 "범"으로 읽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범"과 관련된 역사상 아무런 민족이나 국가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호(虎)를 지나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윤내현 교수는 호(虎) 역시도 우리민족으로 보아야 하면 고조선건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았기때문에 사람으로 환생하지 못하였다고 표현한 것이라 했습니다. 

따라서 虎의 옛 말을 찾아보면 그 단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계림유사를 찾아보면

《説郛卷五十五》雞林類事
虎曰監(蒲南切)
虎를 監(감)이라 한다. 팜(蒲南切)으로 발음한다.

어디까지가 우리나라 사람의 기록이고 어디까지가 지나인의 기록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虎(호랑이)를 분명 監(감)이라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주석을 붙여 "팜"으로 발음하라고 합니다. 아래 2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호랑이를 고려사람들이 監이라 쓰고 "감"이라 하기도 하였고 또한 "팜"이라 하기도 하였는데 "팜"은 "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호랑이를 監이라 적고 훈사(訓寫)하여 "팜"이라 읽었는데 이는 "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팜으로 읽던, 범으로 읽던, 감으로 읽던 우리역사에 나타난 나라들과 연관짓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좀 후대의 기록으로 훈몽자회를 보면

《훈몽자회》
虎, 갈웜 호. 俗呼老, 又呼大虫. 楚謂於菟
호(虎)는 "갈웜"이다. 세속에서는 호로(호랑이)라고 한거나 큰훼(大虫)라고도 한다. 초(楚)나라에서는 어도(於菟)라고 한다.
虎, 갈웜 호. 俗呼老虎又呼大虫楚謂於菟
호(虎)는 "갈웜"이다. 세속에서는 노호(老虎)라고 하는데 또한 대훼(大虫)라고 한다. 초인(楚人)은 어도(於菟)라고 한다.  



호랑이를 우리말로 "갈웜"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첫자만 따면 "갈"이죠. 

그런데 고구려사략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고구려사략》권1 시조 추모대제기
逐虎壤鞨以開順奴
호(虎)의 땅에 갈족(鞨族)을 몰아내고 순(順)나라를 열었다.

壤를 攘으로 보더라도 위 구절은 아래와 같이 해석되어야 합니다.

逐虎壤鞨以開順奴
호랑이(虎壤) 갈족(鞨族)을 몰아내고 순(順)나라를 열었다.

김성겸님은 壤를 攘로 보셨는데 갈족(鞨族)을 해석하다보니 壤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필사하다가 잘못한것 같기도 합니다. 위 고구려사략 기록을 삼국사기와 비교해보면...

《삼국사기》고구려본기 시조 동명성왕
그 땅이 말갈(靺鞨) 부락에 붙어 있어 침략과 도적질의 해를 당할 것을 염려해서 마침내 그들을 물리치니, 말갈이 두려워 굴복하고 감히 침범하지 못하였다. 

즉 고구려사략의 갈족(鞨族)은 지나에서 말하는 말갈이라는 것으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갈(鞨)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갈"로 같다고 하여 이를 虎와 같은 족속으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삼국지의 기록을 보면

《삼국지》예전(濊傳)
又祭虎以爲神
虎에 제사하고 신으로 삼았다. 

지나인들은 예(濊)와 맥(貊)을 보통 구분하지 않고 같이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섞여서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濊)에서 호랑이를 신으로 삼아 제사를 지낸 이유는 그들이 虎(갈)이라 불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인들은 예와 맥을 합하여 예맥(濊貊) 혹은 말갈(靺鞨)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맥족과 예족을 합하여 말할때 예족을 먼저 말하면 예맥이되고 맥족을 먼저 말하면 맥갈(貊虎) 즉 말갈이 되는 것입니다. 

맥족은 누구인가를 기록에서 찾아보면, 

《규원사화》
계 미년(BC1238)은 달음 임금의 원년이다...중략... 옛적에 부여의 백성 가운데 몸을 피하여 설유의 땅에 사는 자가 있었는데, 마침내 그 땅의 백성들과 섞여서 거처하게 되니 자못 그 풍속을 익히게 되었으며, 거의 고정된 생업이 없이 수렵으로 생활을 하며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으니 사람들이 그들을 가리켜 ‘맥(貊)’이라 하였다. 다시 점차 옮겨와서 엄려(奄慮)의 북서쪽 땅에서 살게 되어 마침내 남후의 백성이 되었다.

즉, 맥(貊)이란 원래 부여족인데 설유의 땅에 피하여 살다가 다시 고조선 람국(藍國)에 살던자라고 합니다. 따라서 헷갈리는 예맥, 말갈, 虎 등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단군사화 虎(갈)는 "갈족"인데 지나사서에 예(濊)이다. 호랑이를 신으로 모셔 제사지냈다. 
* 단군사화 熊(곰)은 치우의 九黎(굼)인데 고조선 건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 맥(貊)을 보통 고구려라고 하지만 맥(貊)은 원래 부여족이고 설유의 땅에 피하여 살다가 기원전 13세기경 고조선으로 다시 흘러들어온 자들이다. 후에 고구려에 복속되었다. 
* 고구려는 高九黎 혹은 高句驪로 써야하며 이들의 선조는 치우의 웅족(熊族)이다. 黎와 驪는 모두 "검다"는 뜻으로 九黎과 句驪는 "굼"으로 읽어야 하며 백제말로는 "고마"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