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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연구

기자가한과 기슭

by 부르칸 2013. 8. 27.

당서(唐書)는 '고구려에서 箕子可汗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당서는 '기자가한신'이라 하였고 구당서는 '기자신'과 '가한신'으로 보았다. 

이병도는 기자조선시대의 유습이라고 하였지만 箕子可汗의 箕子는 우리가 아는 그 箕子가 아니라 '극한'을 나타내는 관형어일 가능성은 없을까?


1) 우리민족의 최고지도자의 호칭에 대한 규칙

신라는 마립간이라 하였다. 

일반군장호칭 '간'에 '마립' 즉 宗의 뜻을 붙여 최고지도자임을 나타내었다. 

거서간이란 말도 일반군장호칭 '간'에 '거서'를 붙인것인데 '거서'란 上의 뜻이다. 

청주시 산성동에는 '것대산'이 있는데 '거질대산'이라고 하기도 하고 '상령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옛 문헌에 居次大山(거차대산) 또는 居叱大山(거질대산)이라고 썼으니 이는 모두 "것대산"이라고 읽어야 한다. 즉, 次와 叱은 사이시옷이다.

그런데 이 산을 上嶺山(상령산)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것대산"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고구려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大王 또는 太王이라 했으며 이는 일반군장호칭 王에 관형어를 붙인것이다.

비록 최고지도자는 아니지만 그 밑에 있는 자로 '막리지'가 있다. '지'는 일반존칭이며 그 앞에 宗의 뜻을 같는 '막리'을 붙임은 신라의 예와 일치한다. 


백제는 於羅瑕(어라가)라고 하였는데 瑕는 '하'로 읽지 않고 '가'로 읽어야 함은 우리고대어에 'ㅎ'의 음가가 없었기 때문이며 瑕는 곧 신라의 '간'에 해당된다. 

그리고 '어라'는 大의 뜻으로 지금말로는 '어위다'의 어간에 해당되거나 '으리으리하다'의 어간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역시 일반군장호칭 瑕(가)에 관형어 '어라'를 붙여 최고지도자임을 나타내었으니 고구려 백제 신라가 모두 같은 형식을 취하였다. 


고려는 大王을 사용하였고...

이는 중세조선에 내려와 上監이라 하였는데 '監'은 干과 음이 비슷하며 뜻이 고운 것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되며 上은 역시 고구려 백제 신라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뜻을 나타내는 관형어이다.


2) 箕子可汗도 위와 같다

箕子可汗도 일반군장호칭에 최고를 뜻하는 관형어가 붙은 꼴이다. 

일반군장호칭은 可汗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箕子란 무슨 뜻일까?


지금 우리말에 경계의 뜻을 갖는 '기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뜻과 음을 갖는 이웃한 나라의 말을 더듬어보면 箕子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뜻        중세몽골     오르도스    칼믁       몽구오르    칼카           부리아트     모골

경계     kiʒa'ar        kiʒagar      kizar       giʒar         xyaʒgar      xizar          qiʒi

(최범영 저. 말의 무늬에서 인용.) 


발음이 조금 다르지만 대략 '기자'로 볼수 있다. 

한편 최범영(2010)은 그의 저서 말의 무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칼카 몽골어 /xyaʒgar/는 국경(frontier), 한계(limit), 가장자리(border), 극한(extremum)을 이르며 ...중략... 한국어 /기슭/-/기스락/과 뜻과 소릿값에서 친연성을 보인다"[1]


즉, 唐書에 나온 箕子可汗이란 일반군장호칭 可汗에 극한(extremum)을 뜻하는 고대어 '기자'를 箕子로 음차하여 箕子可汗이라 한 것이니 이는 고구려의 太王, 백제의 '어라가', 신라의 '마립간', 고려의 大王, 조선의 上監과 그 뜻과 형태가 통하는 낱말이다. 


과연 唐書에 나온 箕子可汗이 중국서 건너온 자서여 기자와 연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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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범영 (2010). 말의 무늬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