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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고대 국가명 짓는 원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

우리민족의 옛말 중에 나라(國)를 뜻하던 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옛 나라이름에는 “나라”를 뜻하는 옛말들을 덧붙여서 사용하였다.

첫째는 “골”이다.

이 를 사용하여 나라이름을 지은 국가들은 대개 강가에 도읍을 건설하고 강을 “개울”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면 “개울”이 어떻게 “골”이 되는가? 두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을 “골짜기” 혹은 “골”이라 하는데, 이런 곳에 물이 흐르게 되면 “개울”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밭의 두둑과 두둑 사이에 움푹 패인 곳을 “고랑”이라 하며, 온돌방에 불길이 지나가도록 방구들 밑에 움푹 패인 곳을 “고래”라고 한다. 이 모두가 어원이 같은 말이며, 개울녘에 마을을 이루고 국가를 이루면 그곳을 “골” 또는 “고을”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현재 고을이란 말은 국가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고 마을이라는 말로만 쓰이지만, 고대에는 “골”이라는 말이 국가라는 의미로도 쓰였던 것 같다. “골”을 나라이름 뒤에 사용한 대표적이 예가 高句麗(고구려)이다. 句麗(구려)를 九夷(구이) 혹은 九黎(구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 자도 있으나 이는 틀렸다. 高句麗란 알기 쉽게 표현하면 “高고을” 즉 “高골”이니 풀이하면 “높은 나라”라는 뜻이다. 高句麗의 高에서는 뜻을 취하고 句麗는 句의 초성과 중성을 취하여 초성과 중성으로 삼고 麗의 초성을 취하여 종성으로 삼으면 “굴”이 되지만 이는 “고을” 즉 “골”을 사음한 것이리라. 혹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데, 골짜기를 함경북도에서는 “고래”라고 하고 ≪한청문감≫에 “炕洞烟釉 고 에 덕진 그으름”라 한다 하였으니 이는 방고래를 고라 한 것이다.[1] 따라서 골짜기를 고라고도 썼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고는 시대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고래 · 고려 · 고릐 · 고리로도 발음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句麗(구려)란 고를 사음(寫音)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 골”을 이용하여 나라이름을 붙인 것을 《삼국사기》에서 찾아보자. 悉直谷國(실직곡국)의 谷(곡)은 이미 “골”이란 뜻이므로 國(국)은 삭제하여야 하며, 買溝谷(매구곡)의 買(매)는 멱(水)의 고구려 사투리요 溝(구) 봇도랑이란 말이고 谷은 골짜기라는 뜻이니 이는 “멱고을”이란 뜻이다. 이들은 “골”을 한역(漢譯)하여 작명한 나라이다. 紇升骨(흘승골)은 고구려가 건국한 도읍이라고 하는 곳인데 이병도는 紇升(흘승)은 전도(顚倒)된 글자로서 升紇(승흘)이라 써야 맞으며 이는 높다 혹은 위를 뜻하는 수리 · 술 · 솔 · 솟의 사음(寫音)이고 骨(골)은 溝(구루) 혹은 忽(골)을 뜻하는 것이라 하였다.[2] 이것은 한자의 음을 빌어 작명한 것이다.


둘째는 “라”이다.

이 를 사용하여 나라이름을 지은 국가들은 강가에 도읍을 건설하고 강을 “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 우리가 國(국)을 의미하는 “나라”라는 말로 변하였다. 이를 사용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新羅(신라)이다. 新에서는 뜻을 취하고 羅에서는 음을 빌어서 “新라”이니 그 뜻을 해석하면 “새로운 나라”라는 뜻이다. 특히 “라”를 사용하는 나라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는 매우 다양한데 신채호 선생은 羅 · 良 · 盧 · 奴 · 婁 · 那 · 壤 · 耶 · 邪 등이 모두 “라”로 읽을 수 있는 글자라고 하였으니 이를 사용하는 예를 들면 하슬라(何瑟羅) · 하서량(河西良) · 사로(斯盧) · 절노(絶奴) · 읍루(挹婁) · 연나(椽那) · 평양(平壤) · 가야(加耶) · 구야(狗邪) 등이 있다. 한편 百濟(백제)는 “百 나라”라는 뜻인데 이는 濟(제)의 뜻인 “나루”를 사용한 것인데 “라”의 전음(轉音)이다. 여기서 百濟는 白濟로 써야 할 것인데 이는 그들이 초기에 한수(漢水) 즉 흰강(白水)에 도읍하였기 때문이다.


셋째는 “불”이다.

이 는 아마도 “벌(平原)”에 도읍한 나라에 붙이는 듯 하며 오늘날 이에 해당하는 말로써 들판을 뜻하는 “벌”이 있다. 이를 사용한 대표적인 나라는 徐羅伐(서라벌)인데 여기서 伐은 “불”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잘못 읽기 쉬운 국가명이 하나 있는데 바로 神市이다. 대부분 이를 “신시”라고 읽으나 이는 틀린 것이다. 더군다나 어떤 사서에서는 환웅이 나라를 건국하자 사람들이 저잣거리에 모이듯이 몰려들었다고 하여 神市라 이름하였다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神市는 “신불”로 읽어야 하는데 이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뜻이다. 즉, 神市의 市는 巾의 2획의 "시"가 아니라 巾의 1획인 "불"이 되는 것이다.

“불”을 나라이름에 사용할 때에는 한자의 음만 빌어서 쓸 뿐만 아니라 한자의 뜻을 빌어 사용하기도 하였으니 《삼국사기》에 密城郡本推火郡이라 한 것이 그것이다. 번역하면 “密城郡(밀성군)은 본래 推火郡(추화군)이다”라는 뜻이니, 어찌 밀성이 추화가 되느뇨? 推의 뜻인 “밀다”의 어간을 취해 “밀”로 읽고 火의 뜻을 취해 “불”로 읽는 것이니 推火는 곧 “밀불”로 읽는 것이다. 密城의 密은 음을 취하여 “밀”로 읽고 城은 역시 뜻을 취하여 “불”로 읽어야 하는데 고대 봉건제에서 城은 곧 봉국(封國)을 의미하므로 城도 역시 “불”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에 音汁火縣婆娑王時取音汁伐國置縣(읍즙화현은 파사왕때에 음즙벌국을 취하여 현을 설치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여기서 火를 훈독(訓讀)하여 “벌” 즉 “불”로 읽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고구려(高句麗)에서는 國(국)을 “불”로 읽었음을 알 수 있는데, 《삼국사기》에 不耐城卽國內城也(不耐城은 곧 國內城이다)라고 하였다. 耐와 內는 다 같이 “내”로 읽는 것이니 國(국)의 독음이 곧 “불(不)”임을 알 수 있다.





[1] 네이버 국어사전

[2] 이병도, 김재원, 한국사, 을유문화사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