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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桓國(환국)은 丸國(환국)으로 써야 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24.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昔有桓國[謂帝釋也]”라고 하였다. 이는 “옛날에 환국(桓國)이 있었다[이는 제석(帝釋)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또 어떤 판본에는 國이 因으로 쓰여져 있다. “제석(帝釋)”에 대하여 이민수가 그의 역서 《삼국유사》에서 주석하기를 “제석(帝釋)이란 범어(梵語)로서 제(帝)는 釋迦提婆因陀羅(Śakra-devānāminindra) 중에서 因陀羅의 번역이고 석(釋)은 釋迦(Śākya)의 음역(音譯)이다. 따라서 한문(漢文)과 범어(梵語)를 함께 쓴 것이다. 수미산(須彌山) 꼭대기 도리천(忉利天)의 임금이란 뜻이다. 선견성(善見城)에 있어 사천왕(四天王)과 삼이천(三二天)을 통솔하면서 불법과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보호하며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는 하늘의 임금이다.”라고 하였다.[1] 왜 이런 이상한 구절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 桓國을 그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 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桓國에 대하여 해석하기를

i)      “환한 나라”이기 때문에 환국(桓國)이라 하였다 하며,
ii)     “하느님의 나라”이기 때문에 桓國은 “환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읽어야 한다고도 주장하며,
iii)    《삼국유사》의 주석에 帝釋이라 하였으므로 桓國이 아니라 桓因으로 써야 하며 이는 불교가 유입된 이후의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한다.

i)과 같이 “환한 나라”를 한자로 표기하려면 桓韓國(환한국)과 같이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ii)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한자로 표기하려면 瑕奈任國(하나임국)과 같이 써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고, iii)의 주장은 일연이 불교의 승려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신(神) 여호와를 고쳐 우리민족의 하나님으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교에 심취한 일연이 하늘 혹은 하느님을 뜻하는 丸(환)이라는 글자를 불교용어에 맞추어 桓(환)으로 고쳐 桓國이라 적고, 주석도 또한 불교식으로 달아 帝釋이라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후대에 불교에 심취한 또 다른 필사하는 사람이 帝釋이란 주석을 보고 桓國과 의미가 통하지 않으므로 이를 다시 桓因으로 수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고시대에 최고신(最高神) 하느님을 뜻하는 우리말이 왜 丸(환)이었을까? 문헌을 통하여 찾아보도록 하자.

《前漢書》卷九十四上
匈奴謂天爲撐犁
흉노(匈奴)는 하늘을 탱리(撐犁)라고 한다.

《史記索隱》卷二十四
祁連山[小顔云即天山也匈奴謂天祁連]
기련산(祁連山)은 소안(小顔)이 말하기를 천산(天山)이라고 하였다. 흉노(匈奴)는 하늘을 기련(祁連)이라고 한다.

《管城碩記》卷二十七
菽園記曰元人謂天曰統格落
숙원기(菽園記)에서 말하기를 원국(元國) 사람은 하늘을 통격락(統格落)이라 한다고 하였다.

《欽定元史語解》卷五
騰格哩哈達, 騰格哩天也, 哈達山峯也, 卷六十三作騰乞里塔, 卷一百二十二作天哥里于荅哈, 併改山名.
등격리합달(騰格哩哈達)에서 등격리(騰格哩)는 하늘을 말하고 합달(哈達)은 산봉우리를 말한다. 원사(元史) 권63에서는 등걸리 (騰乞里) 탑(塔)으로 썼고 권122에서는 천가리(天哥里)[2] 우답합(于荅哈)으로 썼는데 모두 고쳐서 썼고 이는 산의 이름이다.

위 문헌에서 하늘을 뜻하는 말로 흉노는 “탱리(撐犁)” 혹은 “기련(祁連)”이라 하고, 몽골에서는 “등격리(騰格哩)” 혹은 “통격락(統格落)”이라 한다고 하였다. 흉노와 몽골은 모두 우리민족과 어족(語族)이 같으므로 분명 우리말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존재했을 것이다. 이를 또한 다른 문헌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頤齋遺藁》卷二十五, 〈華音方言字義解〉
北虜呼天曰祁連、而韃靼猶呼統格落。統格落者卽我東呼圓之辭。蓋我東呼圓曰斗應斤來、是與韃靼語相近、而所謂格落卽祁連之轉音、况天形圓乎。蒙古卽韃靼古匈奴部種。故言語之傳在我東者亦鑿鑿如此。又攷漢書匈奴呼天曰撑黎、呼子曰孤塗。此其爲單于之尊稱而呼天者。
북로(北虜)는 하늘을 기련(祁連)이라 하고, 달달(韃靼)은 이와 비슷하게 통격락(統格落)이라 한다. 통격락(統格落)이라는 것은 즉 우리말에서 圓(원)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우리말에 圓을 둥글(斗應斤來)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달달(韃靼)의 말과 서로 비슷하고, 이른바 격락(格落)이라는 것은 기련(祁連)의 전음(轉音)인데, 하물며 하늘의 둥근 형상도 비슷하지 않으랴! 몽골(蒙古)은 곧 달달(韃靼) 옛 흉노(匈奴)의 부종(部種)이다. 그래서 언어가 전해져서 우리민족의 말과 같은 것이다. 또한 《한서(漢書)》를 상고해보면 흉노는 하늘을 탱려(撑黎)라 하였고 아들을 고도(孤塗)라 하였다. 이는 단간(單干)[3]의 존칭이 되며 이는 천자(天子[4])라는 말이다.

즉, 모두 하늘을 뜻하는 몽골말 “통격락”과 “등격리” 그리고 흉노말 “탱리”는 우리말 “동그랗다”의 활용형 “동글”과 그 어원이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흉노말 “기련”에 대하여 유추하여 보면, 우리말에 데굴데굴 둥그렇게 회전하는 것을 “구르다”라고 하는데 “기련”은 아마도 “구르다”의 어근 “구르”와 그 어원이 같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天을 일컬어 “동글이”라 하지 않고 “하늘”이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흉노와 몽골의 어족(語族)과 같기는 하지만 같은 종족이 아니기에 생각은 비슷하여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동그란 것을 표현하는 다른 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알「丸(환)」”이다. 天의 동그란 것을 보고 우리는 “알”이라 하고 흉노와 몽골은 “동글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동그란 사물과 둥그런 天을 구별할 필요가 있으므로 天의 동그란 것이 다른 모든 것보다 크기 때문에 크다는 뜻의 옛말 “하다”의 관형어(冠形語) 형인 “한”을 붙여 “한알”이라 한 것이다. “한알”이 “하날”되고 “하늘”이 되니, 최고신을 오늘날 “하나님”이라 하기도 하고 “하느님”이라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자신들의 여호와는 유일신이므로 하나님이라고 부르며 우리민족의 하느님과 다르다고 하니, 이것은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天國(천국)의 뜻인 丸國(환국)을 바꾸어 桓國(환국)이라 하고 帝釋(제석)이라 주석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 최초의 국가는 丸國(환국)으로 써야 맞는데 그 뜻은 天國(천국) 즉 하느님의 나라라는 뜻이다. 이제 불교에 심취한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丸國(환국)을 桓國(환국)으로 바꾸어 帝釋(제석)이라 주석하니 후대에 《삼국유사》를 필사하는 사람들이 桓國과 帝釋의 뜻이 맞지 않으므로 桓國을 바꾸어 桓因이라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桓國과 桓因은 모두 틀린 것이며 하늘을 뜻하는 우리 고대어인 동그랗다는 뜻을 갖는 “알”을 번역한 丸國이 올바른 것이다.

신라의 김알지도 "하늘"을 뜻하는 "알"과 존칭어인 "지"를 붙여 "알지"라고 한 것이며, "알천" 역시 天河의 뜻이다.
고구려 도읍 丸都城도 "알都城" 즉 하늘의 도읍이라는 뜻이다.





[1] 일연 지음, 이민수 옮김, 삼국유사, 한국학술정보(2001).
[2] 하늘을 뜻하는 騰格哩(등격리)에 하늘 天을 더하여 天哥里(천가리)로 썼으니, 몽골사람들도 이두자를 썼는가?
[3] 본문은 單于(단우)로 되어 있지만 撑黎孤塗(탱려고도)의 음가에 맞게 于(우)를 干(간)으로 고쳐 번역하였다.
[4] 본문은 者(자)로 되어 있지만 문맥에 맞게 子(자)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