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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전삼한(前三韓)의 오류 2: 眞番(진번)을 해석하는 이중 잣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1.

전삼한을 주장하는 논거의 가장 큰 헛점은 사기와 한서에 기록된 “眞番”이라는 두 글자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번역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입맛에 맞게 어느 곳에서는 眞番(진번)을 眞朝鮮(진조선)과 番朝鮮(번조선)으로 해석하고 다른 곳에서는 眞番(진번)을 그저 작은 郡(군)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귀에 붙이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붙이면 코걸이가 되는 眞番(진번)이라면 더 이상 학문적인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前三韓(전삼한)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사기 조선열전을 곡해하였는지 살펴보자.
 

1) 前三韓(전삼한)의 논거가 된 사기조선열전과 주석에 대한 해석

이제 사기조선열전과 주석을 어떻게 곡해하여 前三韓(전삼한)의 논거로 삼았는지 알아보자.
우선 조선사연구초를 보면 아래와 같다.
 
사기 조선열전에 “始全燕時 甞略屬眞番朝鮮(연나라가 전성기때에 일찍이 眞番朝鮮을 침략하여 복속시켰다)”이라 한 바, 서광이 가로되 “眞番(진번)은 또한 眞莫(진막)”이라 하고, 색은에는 “眞番(진번)을 2국으로 증거”하였으니, 그러면 眞莫(진막)도 2국이니 眞(진)과 番(번)과 莫(막)이 곧 3조선이니…”
 
즉, 사기 조선열전에 기록된 연나라가 眞番朝鮮을 침략하여 복속시켰다고 말한 구절의 주석에 眞番은 또한 眞莫(진막)으로도 쓰고 眞番(진번)이 두 나라라고 하였다 했으므로 眞(진)과 番(번)과 莫(막)의 3나라가 곧 삼조선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
 

2) 조선사연구초는 왜 이중잣대를 가지고 眞番을 해석하게 되었나?

조선사연구초에서 말하고 있는 기록 중에 가장 큰 오류는 바로 이것이다.
 
색은에는 “眞番(진번)을 2국으로 증거”하였으니
 
그러나 색은에서는 眞番이 두 나라라고 말하지 않았다.
즉, 조선사연구초에서는 眞番이 두 나라라고 한 것이므로 眞番朝鮮이 眞朝鮮과 番朝鮮을 나타낸다는 논리이지만, 색은의 주석은 眞番朝鮮이 두 나라라고 하였으므로 이는 眞番과 朝鮮이 두 나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혹 眞番朝鮮이 두 나라라고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眞朝鮮과 番朝鮮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기 조선열전 전반을 읽어본다면 그렇게 말할수 없음을 알 것이다.
 

3) 사기 조선열전과 주석의 올바른 해석

朝鮮王滿者故燕人也. 自始全燕時, 嘗略屬①眞番【集解徐廣曰一作莫遼東有番汙縣番音普塞反】朝鮮【如淳云燕嘗略二國以屬己也應劭云玄莬本②眞番國】爲置吏築鄣塞…중략…滿亡命…중략…居秦故空地上下鄣稍役屬③眞番朝鮮蠻夷及故燕齊亡命者王之都王險…중략…故滿得兵威財物侵降其旁小邑④眞番臨屯【索隱東方小國後以為郡】皆來服屬方數千里. 傳子至孫右渠所誘漢亡人滋多又未嘗入見⑤眞番旁衆國欲上書見天子又擁閼不通…중략…故遂定朝鮮爲四郡【集解駰案⑥眞番臨屯樂浪玄菟也】
 
파란색은 주석인데, 위 사기조선열전 인용문에서 眞番은 모두 6번 나온다.
전체를 잠깐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위에 나오는 眞番은 모두 같은 眞番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사연구초에서는 위 6개의 진번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오직 ①眞番만을 眞朝鮮(진조선)과 番朝鮮(번조선)으로 해석하고 나머지 5개의 眞番(진번)은 그저 주변 소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므로 조선사연구초에서 주장하는 전삼한은 사서해석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위 사기 조선열전을 부분 인용한 것을 제대로 해석해보자.
 
朝鮮(조선)의 왕인 衛滿(위만)은 옛날의 燕國(연국) 사람이다. 燕國(연국)은 전성기때부터 일찍이 ①眞番(진번)【集解(집해)에서 徐廣(서광)이 말하기를 眞莫(진막)이라고도 하며 요동군에 番汗縣(번한현)이 있다고 했다. 番의 음은 반(普寒反)이다】과 朝鮮 (조선)【如淳(여순)은 燕國(연국)이 두 개의 나라를 침략하여 복속시켰다고 하였다. 應劭(응초)는 玄菟(현도)는 원래 ②眞番國(진번국)이라고 했다.】을 침략하여 복속시키고 관리를 두고 장새를 쌓았다.…중략…위만은 망명하여…중략…옛날 秦國(진국)의 공터에 있던 上下鄣(상하장)에 살았다. 점점 ③眞番(진번)과 朝鮮(조선)의 蠻夷(만이) 그리고 옛날 燕(연)과 齊(제)의 망명자들을 역속시켜 그들의 왕이되어 王險(왕험)에 도읍하였다.…중략…그래서 위만은 병사와 재물과 위엄을 얻어 그 변방 작은 나라를 침략하여 방복을 받으니 ④眞番(진번)과 臨屯(임둔)【索隱(색은)에서 말하기를 동방의 작은 나라들인데 후에 郡(군)이 되었다고 했다】 모두가 와서 복속하니 땅이 수천리에 이르렀다. 아들과 손자 右渠(우거)에 이르러 유인해낸 漢(한)의 망명인들이 많게 되었고 또한 입견하지도 않았고 ⑤眞番(진번) 변방의 여러나라들이 천자에게 글을 올리려고 해도 가로막아 통하지 아니하였다.…중략…그래서 드디어 朝鮮(조선)을 정벌하고 4개의 군(郡)【集解에서 안을 내어 말하기를 ⑥眞番(진번)과 臨屯(임둔)과 樂浪(낙랑)과 玄菟(현도) 등의 군이라고 했다.】으로 삼았다.
 
여기 6가지 眞番(진번) 중에 어느 것이 다른 것이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그럴수 없다.
위 인용문에서 眞番(진번)은 다 같은 眞番(진번)인데 前三韓(전삼한)을 주장하기 위하여 ①眞番(진번)은 진조선과 번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머지 5개의 眞番(진번)은 작은 나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특히 ④眞番(진번)과 臨屯(임둔)에서 索隱(색은)의 주석을 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동방의 작은 나라들인데 후에 郡(군)이 되었다”고 했다.

즉, 사기조선열전에 나오는 모든 眞番(진번)은 우리가 흔히 아는 眞番郡(진번군)의 전신인데 이는 단군조선의 분국이었으므로 중국의 사서에서는 東夷(동이)의 작은나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삼한의 근거가 되는 眞番(진번)이란 진조선 번조선이 아니라 모두 단군조선의 분국이었던 眞番(진번) 하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