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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麻立干)은 제왕(帝王)이란 뜻

by 부르칸 2015. 4. 3.

우선 마립간(麻立干)은 제왕(帝王)이란 뜻이라고 해석하기 전에 우리말을 한자로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방법1. 한자의 음만 빌어 쓰는 방법
이 방법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말의 음을 한자음으로 대치하는 것입니다.
예)
* 어라하(於羅瑕): 다 아시다시피 대왕(大王)에서 大의 옛 말인 “아리”와 王에 해당하는 옛 말인 “한” 혹은 “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 막리지(莫離支): 으뜸이라는 뜻인 종(宗)의 옛 말인 “마리”와 현대에는 비록 비속어로 변했지만(양아치) 옛 날에는 존칭어였던 “지” 혹은 “치”를 한자의 음을 빌어 쓴 것입니다.

방법2. 한자의 뜻을 빌어 쓰는 방법
이 방법은 현대에 쓰는 방법으로 그냥 한역(漢譯)한 것입니다.
예)
* 황산(荒山): 거친 뫼
* 동명(東明): 샛밝

방법3. 받쳐적기 방법: 한자의 뜻과 음을 빌어 쓰는 방법
이 방법은 원래 단어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과 음을 알아내기는 어려워 좀 신중을 요구합니다. 이 방법은 첫 글자는 한자의 뜻을 빌어 쓰고 다음 글자는 한자의 음을 빌어 첫 글자가 나타내는 뜻을 더 명확히 하는 방법입니다.
예)
* 소지왕(炤智王): 첫 글자 炤의 뜻은 “비치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글자 智는 음이 “지”이죠. 따라서 炤智王는 소지왕이라 읽지 말고 “비지왕” 혹은 “비치왕”이라고 읽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국사기에 炤知一云毗處라고 하여 소지炤知왕은 또한 비처毗處왕이라고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보통 이렇게 3가지 방법이 많이 쓰인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 외에 다른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 글자는 한자의 음을 빌어 쓰고, 두 번째 글자가 한자의 뜻을 빌어 쓰는 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방법4. 첫 글자는 음을 빌어쓰고 두 번째 글자는 뜻을 빌어 쓰는 방법
삼국사기 권37 지리위치를 알 수 없는 지명에 보면 아단성(阿旦城)이 있습니다. 이것을 “아단성”이라고 읽어야 할까요? 제가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하나씩 풀어봅시다.
예)
* 아단성(阿旦城): 첫글자는 阿의 뜻은 “언덕”이고 음은 “아”입니다. 그리고 旦의 뜻은 “아침”이고 음은 “단”입니다. 만약 방법3처 럼 첫 글자가 뜻을 나타낸다면 阿旦은 언덕이라는 뜻이어야 하고 언덕의 두 번째 글자인 “덕”의 음을 단(旦)으로 빌어서 썼단 말이됩니다. 그러나 “덕”과 “단”은 종성이 “ㄱ”과 “ㄴ”이므로 좀 거리가 멉니다. 언덕을 방법3으로 나타내려면 阿旦보다는 阿德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阿旦을 해석하기를 첫 번째 글자가 음이고 두 번째 글자가 뜻이라면 좀더 매끈한 풀이가 됩니다. 즉, 旦의 뜻은 “아침”이죠. 그래서 “아침”의 첫 번째 음인 “아”를 阿의 음을 빌어 쓰고 阿旦을 “아단”으로 읽지 말고 “아침”으로 읽어라라는 뜻에서 아침을 뜻하는 旦자를 뒤에 붙여 阿旦(아침)이라고 적은 것입니다.

* 백단현(白檀縣): 한서 권 28하에 보면 어양군(漁陽郡)에 속한 현으로 백단현(白檀縣)이 있습니다. 명일통지에서는 백단(白檀) 나무가 있어 백단현이라고 지었다고 하지만 한서(漢書)의 백단현 주석을 보면 이것은 우리 민족과 관계 있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서 권28하
漁陽郡(秦置莽曰通路屬幽州), …… 漁陽, 狐奴, 路, 雍奴, 泉州, 平谷, 安樂, 厗奚, 獷平, 要陽, 白檀(洫水出北蠻夷), 滑鹽,
어양군은 진(秦)나라에서 설치하였다. 망(莽)이 말하기를 통로(通路)이고 유주에 속한다. 속한 현으로 어양현, 호노현, 로현, 옹노현, 천주현, 평곡현, 안락현, 제해현, 광평현, 요양현, 백단현(혁수(洫水)가 한(漢) 나라 북쪽에 있는 만이(蠻夷)로부터 출발한다.), 활염현이 있다.

즉, 백단현에 흐르는 혁수가 만이(蠻夷)로부터 나오므로 이곳은 옛날에 이(夷)와 관계가 깊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좀더 알아보면 이곳은 秦나라가 설치한 것이 아니라 전국시대 연(燕) 나라가 설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은 나중에 똑 같은 위치는 아니지만 그 이름이 밀운현(密雲縣)으로 바뀝니다.

大清一統志卷四
密雲縣……戰國燕置漁陽郡漢兼置漁陽廣平厗溪三縣
밀운현은 전국시대 연나라가 어양군을 설치한 곳인데, 한나라가 어양현 광평현 제계현 3개의 현과 같이 설치하였다.

따라서 이 백단현은 연나라가 고조선과의 전쟁에서 2천리를 뺏은 땅에 속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곳 白檀은 백단나무가 있어서 白檀이 아니라 이두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두로 풀어보면 白檀의 두 번째 글자인 檀의 뜻은 “박달”입니다. 그리고 첫 번째 글자인 白의 음은 “백”이죠. 따라서 白檀은 백단으로 읽으면 안되고 “박달”로 읽으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두문에는 두 번째 글자가 단어 전체의 뜻을 나타내며 첫 번째 글자가 그 전체 단어의 첫 번째 음을 나타내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립간(麻立干)은 제왕(帝王)이다
説郛卷五十五에 기록된 계림유사(雞林類事)를 봅시다.

説郛卷五十五, 雞林類事
頭曰麻帝
頭는 고려말로 麻帝라 한다.

頭는 현대어로 “머리”입니다. 고대에는 “마리”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계림유사에서 頭를 “마제(麻帝)”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적었을까요? 이두문 읽는 “방법4”에 따라서 읽었기때문일 것입니다. 즉, 麻는 음으로 읽어 “마”이며 帝는 뜻으로 읽었을 것인데, 帝의 뜻이 바로 “마리”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麻帝는 “마제”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리”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説郛卷五十五, 雞林類事
大糓曰麻帝骨
큰 곡식을 麻帝骨이라 한다.

여기서도 역시 대(大)를 나타내는 말로 麻帝를 썼습니다. 糓은 한자를 음차하여 골(骨)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정리하면 우리말의 머리(頭)는 신체 일부인 머리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였지만 크다(大)라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이 머리(頭) 혹은 머리(大)를 위 4가지 방법으로 표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방법1. 음만 빌어 사용
    마립(麻立), 막리(莫離)
방법2. 뜻을 빌어 사용
    신체의 일부 중 머리 – 마리(頭)
    크다라는 뜻의 머리 – 마리(帝)
방법3. 훈음차; 용례가 없습니다. 억지로 만든다면 帝離 정도가 되겠죠.
방법4. 음훈차하여 사용
    마리(麻帝)

즉, 帝라는 것 자체가 크다 혹은 높다라는 뜻을 갖는 것이며 고대의 말로는 “마리” “막리” “마립”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마립간(麻立干)을 현대어로 번역하면 제왕(帝王)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