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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잡동사니/역사 논설

단군왕검(檀君王儉)의 의미가 박달임금일까 천제(天帝)일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15.

檀君壬儉(단군임검)은 檀君王儉(단군왕검)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檀자는 壇으로 쓰기도 하죠.

檀君壬儉(단군임검)을 두고 檀君(단군)은 고조선 군왕에 대한 호칭이요, 壬儉(임검)은 초대 檀君(단군)의 이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혹 어떤이는 壬儉(임검)이 변하여 오늘날 "임금"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檀君壬儉의 해석을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박달임금

檀 을 "박달"로 해석하고 君은 "임금"으로 해석하며 壬儉은 음차하여 "임금"으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王儉도 역시 "임금"이 되는데 王은 우리말로 "임금"이요 儉은 王을 '왕'으로 읽지말고 "임금"으로 읽으라는 語末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고조선 임금이 "박달임금"이 될까요?

그럴수 없습니다. 檀國은 고조선 이전의 나라인데 고조선 임금을 "박달임금"으로 부를 수 없기때문이죠.

2) 檀君은 제왕의 호칭, 壬儉은 이름

檀君이 제왕의 호칭으로 해석되며 壬儉은 초대단군의 이름이라는 해석이죠.
그렇다면 檀君의 뜻이 무엇이냐? 1)과 같이 "박달임금"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신채호선생은 고조선 임금은 제사장도 겸하였고 그 제단이 石壇이 아닌 木壇이기에 壇의 변을 土로 취하지 않고 木을 취하여 檀君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참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壬儉이죠. 왜 하필 이름이 "임검" 즉 임금이냐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제왕이 되기 전에 "임금"으로 지을리는 없을 것입니다. 뭔가 좀 석연찮은 점이 있죠.

3) 檀君은 "당골"이다.

무당을 사투리로 "당골"이라고 한다고 하죠.
즉, 고조선 임금 역시 하느님을 모시는 자이었기에 "당골"이라 하였고 이를 檀君로 음차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골"이 무엇을 뜻하는지 "무당"이 무엇을 뜻하는 글자였는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남는 것은 역시 壬儉인데 이를 무엇으로 풀이하느냐가 남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나의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단군신화에 환웅이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고 하였죠.
양주동선생은 雄은 수컷을 뜻하므로 이는 수신 즉 男神을 뜻한다고 하였습니다. 달리말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天神은 男神으로 본 것이지요. 소도의 "소"도 우리말 수(男)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였죠.
한편 熊은 우리말로 "곰"이죠. 이능화는 이에 대해서 말하기를 神을 뜻하는 다른 우리말 중에 "(감, ㅏ는 아래아)"가 있는데 이것을 熊으로 표현한 것이라 했습니다. 神事의 왼새끼를 "줄(감줄, 감의 ㅏ는 아래아)"이라고 하며 신을 접한 것을 "갓다(감짝갓다, 감의 ㅏ는 아래아, 짝의 ㅉ은 ㅅㅈ)"고 한다고 이능화는 말합니다. 윤내현 교수는 熊을 또한 地神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군신화 雄은 天神(男神)에 대한 표현이고, 熊은 地神(女神)에 대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檀君壬儉이 혹 天神과 地神을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가) 檀君壬 혹은 檀君王은 天을 표현한 것

우리말의 하늘은 아마도 "한알"일 것입니다. 주변민족이 하늘을 일컫는 말을 살펴보면


《頤齋遺藁》卷二十五, 〈華音方言字義解〉
北虜呼天曰祁連、而韃靼猶呼統格落。統格落者卽我東呼圓之辭。蓋我東呼圓曰斗應斤來、是與韃靼語相近、而所謂格落卽祁連之轉音、况天形圓乎。蒙古卽韃靼古匈奴部種。故言語之傳在我東者亦鑿鑿如此。又攷漢書匈奴呼天曰撑黎、呼子曰孤塗。此其爲單于之尊稱而呼天者。
북로(北虜)는 하늘을 기련(祁連)이라 하고, 달달(韃靼)은 이와 비슷하게 통격락(統格落)이라 한다. 통격락(統格落)이라는 것은 즉 우리말에서 圓(원)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우리말에 圓을 둥글(斗應斤來)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달달(韃靼)의 말과 서로 비슷하고, 이른바 격락(格落)이라는 것은 기련(祁連)의 전음(轉音)인데, 하물며 하늘의 둥근 형상도 비슷하지 않으랴! 몽골(蒙古)은 곧 달달(韃靼) 옛 흉노(匈奴)의 부종(部種)이다. 그래서 언어가 전해져서 우리민족의 말과 같은 것이다. 또한 《한서(漢書)》를 상고해보면 흉노는 하늘을 탱려(撑黎)라 하였고 아들을 고도(孤塗)라 하였다. 이는 단간(單干)의 존칭이 되며 이는 천자(天子)라는 말이다.


즉, 통격락과 탱려 등은 우리말의 "둥글"과 통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고대에 하늘을 보고 "크게 둥근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둥근것은 "알"이라 하고 큰것은 "한"이라 하였기에 "한알"이라 하였고 이것이 변하여 "하늘"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알"과 같이 둥근것을 달리표현하면 "둥구리"죠.
저는 아마도 이 "둥구리"를 한자의 음을 빌어 표현한 것이 檀君壬가 이난가 합니다. 檀君王이라 하면 "댕구란"을 음차한 것이죠
壬은 오늘날 "임"이라고 하지만 중세국어를 살펴보면 任은 (반치음+ㅣ+ㅁ)입니다.
반치음을 학교에서 배우기를 "ㅅ"과 비슷한 발음이라 하였으나 신채호선생은 "ㄹ"과 비슷한 발음이라 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ㅅ과 ㄹ의 間音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르"정도로 발음되겠죠.

조선사연구초에 보면


" 穰” “壤” 등의 글자가 어찌 “라”가 되느뇨. 훈민정음에  “ㅿ如穰字初發聲”이라하니ㅿ은 이제 소멸된 음이나 노걸대(老乞大)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 등의 책에 북경화(北京話)의 日(ri, 리)을 ㅿ로 발음하였은즉 ㅿ은 즉 ㄹ에 비슷한 자라. "


壬의 중국어와 일본어 발음을 살펴보면

일본:        ジン(진)
중국:        rén(렌?)

壬이란 중세국어에서 (반치음+ㅣ+ㅁ)으로 표현되었는데 고대에 "림"정도 아니면 "ㅅ림"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檀君壬의 음은 "단구림"정도 되었을 것인데 이는 동글다는 뜻인 "둥구리"의 가차표기가 아닌가 합니다.
檀君王 역시도 음은 "단구난"정도 되었을 것인데 동글다는 뜻인 댕구란의 가차표기입니다.
이는 天이란 뜻이죠. 그리고 우리는 하늘과 하느님을 거의 동일시하는 습관이 있죠. 따라서 檀君壬은 天神이라는 뜻일겁니다.

나) 儉은 地神을 표현한 것

단군신화의 모형에 따라 환웅이 男神 즉 天神을 뜻하며 熊은 "곰" 즉 地神을 뜻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地神은 女神을 뜻하는 것일겁니다.
그런데 地神을 뜻하는 儉이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제왕을 뜻하는 말로 변하여 신라에서는 거서"간"이라고 했던 것이죠.

결론적으로
檀君壬儉은 檀君과 壬儉으로 끊어 읽는 것이 아니라 "檀君壬"과 "儉"으로 끊어 읽어야 할 것이며
이는 "둥구린 검(동그란 검)" 즉 天帝의 뜻이 아닐까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檀君王儉은 檀君王과 儉으로 끊어 읽어 "댕구란 검"의 뜻이되며 이역시도 天帝라는 말입니다.
혹 아직 단군조선시절 儉이라는 단어가 제왕을 뜻하지 않고 地神을 뜻하였다면 檀君壬儉은 天神(檀君壬)과 地神(儉)을 뜻하지 않았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