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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박사 칼럼) 느시를 기다리며 : 한반도의 느시 3

부르칸 2015. 4. 3. 11:41
느시를 기다리며 : 한반도의 느시

  (3) 느시 복원에 대한 단상  






느시. 생소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느시는 크낙새, 원앙사촌 등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몇 종을 제외하고 남한에 도래하는 멸종위기 조류 중 가장 드물게 관찰되는 종이다. 느시는 아직 멸종상태에 이르지 않았지만 남한에서는 2005년 이후로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느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었을 뿐더러 그들 대부분도 단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지식은 조금도 진보하지 못했다. 어쩌면 느시는 단순히 사라진 게 아니라 몇 십 년 전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 이후 이미 개체수가 격감한 것으로 알려진 느시는 해방 후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한반도 생태계에서 조용히 ‘퇴장’했다. 이번에는 느시에 대해 얘기해 보자.

 

‘느시 복원’에 기억

 

크낙새 편에서도 소개했듯이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종들에 대한 복원사업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10여년이 지난 오늘 그러한 고민들과 노력들을 되돌아볼 때 2000년대 중반 그러한 논의가 활발했다는 것은 분명 한국 사회가 생물 다양성에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했다는 측면에서, 북한에 잔존하고 있는 생물종에 대한 교류협력 차원에서, 또 멸종위기종 멸종에 대한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지각하고 반성하려한 부분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대부분은 ‘논의’에 그치거나 잘못된 전시행정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느시 복원 계획이 있다.

 

2005년 6월 9일 대전동물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시와 참매의 종보존을 위해 서식 환경을 조성, 인공 증식을 통해 개체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11월 30일 충청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이미 4월부터 복원 계획이 진행되었다.) 동물원 측은 2005년 하반기 총 1억7800여 만원(국비 1억2500만원, 시비 5300여만원)을 투입, 느시를 중국과 몽골에서 각 5쌍씩 총 10쌍을 도입하고 동물원에 종보전 및 번식센터를 설립한 뒤 인공증식을 시도한다는 계획이었다.  

 

느시 복원을 담당했던 대전동물원 이일범 과장(조류생태박사)은 "중국과 북한 조류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희귀 조류의 생태학·행동학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공번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환경적 제한요건을 찾아내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인공번식이 성공해 일정 개체수가 확보되면 적정한 서식지를 선정, 야생으로 방사하고 조류 보호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8월에는 대전동물원이 천연기념물 종보전센터를 갖 종 보전 및 증식 사업을 위해 천연기념물 종보전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전동물원은 이전에도 자체적인 종보전센터를 갖추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문화재청의 지정을 받아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보전센터를 통해 멸종위기종을 증식하겠다는 뜻에서였다. 그 첫 대상이 느시와 참매였고 이후엔 따오기와 뜸부기 같은 다른 조류들에 대한 복원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느시 복원을 주도한 대전동물원 이일범 과장

 



   

(2005년 6월 대전동물원이 느시 복원을 위해 설립한 대방사장 전경. 그러나 느시 복원은 결국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남았다.)

 

느시 복원은 필자가 이전에 언급했던 크낙새 복원이나 여타 다른 생물종 복원과는 다르게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복원을 위한 국내 준비가 모두 완료된 상황이었다. 대전동물원은 2005년 6월 문화재청, 대전시청과 함께 1억 7000만원을 투입해 느시 복원을 위한 대방사장을 제작했다. 대방사장은 이중문 시설, 초지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4개의 작은 사육장이 대방사장 내 위치하도록 설계됐다. 겁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느시의 특성을 고려해 관람객의 동선을 피했고, 주변에 병꽃나무를 심어 자연적으로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이제 느시 복원은 느시가 국내에 반입되는 날짜만 정하면 되는, 말그대로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느시 도입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대전동물원은 2005년 10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느시 인공증식에 성공한 하얼빈 북방삼림동물원(이하 하얼빈 동물원)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느시에 관한 상호 공동학술연구를 약속하고, 느시 6마리 (수컷 2 암컷 4)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중국의 열악한 부화장비나 첨단 기술 측면을 대전동물원이 보완하고 느시의 인공증식 노하우를 전수 받아 느시의 자연부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2005년 10월경 반입할 예정이었던 느시는 “느시가 중국 공산당의 전략사업이어서 법으로 외부 반출을 금하는 애로점이 있다.”는 하얼빈 동물원의 입장 때문에 지연되었다. 그렇게 대방사장 등의 시설을 짓고 하얼빈 동물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후에도 1년이라는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2006년 9월 20일, 대전동물원 동물관리팀장 겸 종보존센터장 이일범 박사는 느시 반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하얼빈 동물원을 찾았다. 3번째 방문이었다. 이 방문에서 이일범 박사는 "느시를 공동 학술연구 차원에서 임대해 들여오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자이언트 팬더처럼 장기 임대해 대전동물원의 기술로 부화시키고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느시 인공번식에 성공해 국가주석 표창을 받은 전수하 박사는 "학술 차원에서 대전동물원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진준 하얼빈동물원장 역시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06년 이후 국내에서 느시 복원에 대한 기대와 논의는 모두 증발했다.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던 느시 복원에 마침표는 많은 사람들이 갈망했던 느시 복원이 아니라 잊혀짐이 되었다.  

 

 

 

(대전동물원 홈페이지에는 천연기념물 종 보존 및 번식 사업에서 느시 복원에 대한 부분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이 기약없는 노력의 결말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얼빈 동물원의 느시

 

 

 대전동물원이 느시 복원을 위해 느시를 도입하기로 했던 하얼빈 동물원의 느시에 대해 얘기해보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느시를 보유하고 있는 동물원인 하얼빈 동물원은 국내 대전동물원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느시를 도입하기로 한 실질적인 당사자 중 하나다. 하지만 느시 도입이 무산되면서 느시 복원은 좌절되었고 그 과정에선 느시 반입을 약속했던 하얼빈동물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공산당 전략 사업’ 이라며 느시 도입을 주저했던 하얼빈 동물원의 느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을까?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러한 변명이 얼마나 구차한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얼빈 동물원의 느시. 2012년 12월 13일 (왼쪽)과 2007년 11월 (오른쪽) 모습이다. 충청투데이 기사에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후에 일반 공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90년대 중반부터 느시의 인공번식사업을 국가전력사업으로 비밀리에 책정, 1999년경 인공사육에 성공했다. 하얼빈 동물원이 주관이 된 이 사업은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원 격인 야생동물학원 경제동물번식연구소 전수하 박사팀과 함께 느시의 인공부화를 이뤄냈다. 전 박사는 공로를 인정받아 중국 최고 영예의 주석 표창을 수상했다. 느시는 하얼빈 동물원 내에서조차 보안대상 조류로 분류돼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법으로 국외 유출을 금하고 있었다.  

 


   

(2006년 하얼빈 동물원을 방문한 충청투데이 우희철 기자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격리시설에서 촬영한 느시들의 모습.)

     

  2010년 봄, 하얼빈 북방삼림동물원 부근에서 깊이 약 3m에 달하는 구덩이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3~40마리의 동물시체가 묻혀 있었고 백호와 백사자 등에 대형 희귀 맹수들을 비롯해 멸종위기에 처한 느시등도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 하얼빈 동물원에서 느시 집단 폐사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동물원 관계자에 따르면 2008년 초 백호 2마리, 백사 5마리, 아프리카 표범 2마리, 기타 고양이과 야생동물 5마리, 아시아 코끼리 2마리, 느시 28마리가 죽었다. 하얼빈 동물원은 2007년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사자에게 옥수수떡을 주는 등 사육 개체들에게 먹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듯 엄청난 수에 동물들이 ‘아사’했다.

        

 2006년 하얼빈 동물원이 보유한 느시 개체수는 36마리였으니, 이후 느시가 번식해 개체수를 늘렸다고 가정하더라도(하얼빈 동물원의 느시 복원 기술은 자연 번식에는 미치지 못하고 알을 받아 부화시키는 인공번식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번식으로 개체수가 증가하더라도 개체수 변화 추이는 미미했을 것이다.) 2008년 28마리가 폐사한 이후 2010년 또다시 느시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면 거의 대부분의 개체가 폐사한 것이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됐다면 잔존 개체들의 건강 상태도 그리 양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추측해 볼 수 있다. 느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환경변화에 예민해 사육이 어려운 종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개체를 폐사시킨 하얼빈동물원의 태도는 무성의함을 넘어 무책임한 것이다. 불필요한 가정이지만, 2000년대 중반 느시가 대전동물원에 반입되어 상호간의 협력과 복원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면 느시 집단폐사라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 느시 연구의 최종 목표는 역시 자연방사다. 복원은 개체수가 늘어나 한 마리라도 돌아오면 성공이다. 사실 국내에 오고, 안 오고하는 문제는 협의적이다. 광의적 의미는 개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복원의 힘은 이웃나라에까지 모티브를 형성할 수 있는 자랑거리다. ”

             

- 2006년 11월 28일 충청투데이와 이일범 박사 인터뷰 중에서

          

느시 복원의 최종 목표는 자연 방사였다. 하지만 자연 방사는 우리나라에 직접 방사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야생 방사를 해 그곳에서 개체수가 많아지면 다시 한반도를 찾지 않을까 하는, 사실 목표라기 보다는 기대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대전동물원의 느시 복원 시도는 단순히 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느시 서식권 국가들간에 연대와 장기적으로 느시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역사의 다른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한 ‘복원’은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복원이었다. 이 복원은 국내에서 성공했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복원’이라 부르는 자들에 주장이다.

다음 편에서는 따오기 복원에 대한 다른 시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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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물박사입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뵙게 돼서 정말 반갑고 또 스스로 큰 기쁨을 느낍니다.

주변에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려 했지만 이 일은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시험은 끝났는데 이것저것 벌려 놓은 일들 뒷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음 주에는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따오기 복원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복원이 진행된 5년 동안 제가 느꼈던 배신감이 문서화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