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박사 칼럼) 느시를 기다리며 : 한반도의 느시 1
2013. 5 . 13 (월) 동물박사의 한반도 야생동물 칼럼 (20)
느시를 기다리며 : 한반도의 느시
(1) 느시의 특징과 국제적 현황에 대해
느시. 생소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느시는 크낙새, 원앙사촌 등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몇 종을 제외하고 남한에 도래하는 멸종위기 조류 중 가장 드물게 관찰되는 종이다. 느시는 아직 멸종상태에 이르지 않았지만 남한에서는 2005년 이후로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느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었을 뿐더러 그들 대부분도 단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지식은 조금도 진보하지 못했다. 어쩌면 느시는 단순히 사라진 게 아니라 몇 십 년 전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 이후 이미 개체수가 격감한 것으로 알려진 느시는 해방 후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한반도 생태계에서 조용히 ‘퇴장’했다. 이번에는 느시에 대해 얘기해 보자.
한반도 느시의 분류학과 국제적 현황
한반도 느시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아종적 분류를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느시는 분류학적으로 두루미목 느시과(Otididae)에 속한다. 전 세계적으로 느시과는 11속 23종이 알려져 있다. 이중 한반도의 느시는 느시속(Otis)에 속하며 영명은 Great bustard, 학명은 Otis tarda 이다. 느시는 멀리 서북부 아프리카 일부와 서유럽에 스페인, 동유럽에 헝가리(느시는 헝가리 국조), 중앙아시아에 카자흐스탄, 동아시아 몽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새지만 이들 서식지는 불연속적이다. 느시는 다시 중앙아시아와 유럽에 분포하는 유럽아종 (Otis tarda tarda. Linnaeus가 1758년 학계 보고)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Otis tarda dyboskii. Tacznowski가 1887년 학계 보고)로 분류된다.
(현재 느시 분포도. 느시는 서유럽에서 동북아시아까지 불연속적으로 분포하는 새로. 유럽 아종과 동북아시아 아종으로 나뉜다. 초록색 - 번식지, 파란색 - 월동지, 황갈색 - 월하지)
유럽 아종과 동아시아 아종은 생태적 특성에 조금 차이가 있다. 유럽 아종은 텃새로 그 지역에 정착하여 살지만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개체들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이동하기도 함.) 동아시아 아종은 봄, 여름에 몽골과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황하 중하류에서 겨울을 난다. 동아시아 아종은 과거 두만강 유역이나 연해주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번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과거에는 서울 이북, 관서 지방, 드물게는 일본에서도 겨울을 나는 겨울 철새였지만 현재 이들 지역에서는 월동하지 않는다. (드물게 산발적으로 한 두 개체가 목격되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정한 개체군이 월동한다고 보기 힘들다.) 또 동아시아 아종은 유럽 아종보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을 띈다.
옆에 사진은 과거 동아시아 느시 분포도로 위에 현재 분포도와 비교해 봤을 때 분포 영역과 범위가 상당히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연해주 번식 개체군은 멸종하였고 한반도에서 월동하던 개체군도 사실상 멸종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중국 북동부와 몽골 일대 번식지도 시베리아 쪽으로 이동하거나 상당히 축소된 경향을 보인다.
(과거 동아시아 느시 분포도. 주황색은 번식지, 보라색은 월동지, 노란색은 이동지역이며 초록색은 유럽, 중앙아시아 아종 분포지역이다.)
국내에서 느시는 현재 약 2만 마리 정도가 남아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현재 느시 개체수는 31000~37000여 마리 정도(IUCN Red list (2012.2)는 44054~57005마리로 추산)이며, 이 중 동아시아 아종의 개체수는 약 4200~4500마리 수준으로 생각된다. (느시 인공번식에 성공한 하얼빈 동물원에 전수하 박사는 2006년 2000마리로 추산. IUCN Red list (2012.2)는 1900~4600마리로 추산) 느시는 두 아종 모두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동아시아 아종에 번식지인 몽골에서는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다. 동아시아 아종 주요서식국가들인 몽골에 1000마리가 정도, 중국에 550~3300마리 정도가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느시는 경계심이 많고 예민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종이다. 때문에 최근 목초지 개간, 집약 농업, 조림, 관개시설 확충, 도로 건설 등은 느시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였으며, 기계화, 농약을 이용한 경작, 살충제, 화재, 들개의 포식등은 새끼들이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 어떤 지역에서는 밀렵이 개체수 감소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최근 100년동안 느시 개체수는 크게 감소해 현재 IUCN 3.1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멸종위기 등급 ‘취약’으로 분류했다. (전체 개체수 1/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동아시아 아종에 현황은 이보다 더 나쁠 것으로 추측된다.)
‘느시’에 대하여
조류에 대해 조금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느시는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현존 조류 중 ‘가장 무거운 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따지면 하늘을 비행하는 조류 중 가장 무거운 새는 같은 느시과에 속하는 ‘아프리카 큰느시(Kori bustard)’로 수컷 성체의 길이는 120~50cm, 날개길이 약 230~275cm, 키는 71~120cm에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10.9~16kg (평균 13.5kg 정도) 이다. 이에 반해 느시는 수컷 성체의 길이가 보통 115cm, 키는 90~105cm, 날개길이 210~270cm,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9.65 ~ 13.5 kg 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무거운 개체는 과거 만주에서 채집된 약 21kg 수컷으로 너무 무거워서 날지도 못했다고 한다. 분명 아프리카 큰느시는 무게나 덩치 면에서 느시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느시는 아프리카 큰느시의 무게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조류로 이 두 종을 현존하는 가장 무거운 비행조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존하는 가장 큰 새인 타조의 몸무게가 보통 63~145 kg 안팎이고 두 번째로 큰 새인 에뮤는 36~54kg 정도로,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시의 체중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행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조류인 슈빌(넓적부리황새)의 몸무게가 4~7kg이고, 날개를 모두 펼쳤을 때 3m에 달하는 떠돌이 알바트로스의 몸무게가 5.9~12.7 kg 인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무거운 비행조류는 아르젠타비스(콘도르에 일종)로 날개길이 7m, 몸무게 70kg였다.) 조류는 비행에 적합하도록 최대한 가볍게, 뼈 속이 비어있는 형태로 진화했는데 느시의 체중이 키에 비해 무겁다는 건 흥미로운 점이다. 무거운 체중에도 불과하고 이들의 비행능력은 뛰어나, 유럽에서는 송전탑 전선에 걸려 죽는 일이 흔하다.
(현존하는 비행조류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슈빌(넓적부리황새. 평균 키 1.2~1.5m. 4~7kg 왼쪽)과 현존하는 비행조류 중 가장 큰 날개를 가진 떠돌이 알바스트로(평균 날개길이 2.51~3.5m. 6.35~11.91kg 오른쪽)보다 훨씬 무거운 체중을 자랑하는 느시.)
또 느시는 독특한 구애행동으로 유명하다. 원래 동아시아 아종은 번식을 위해 3,4월 북상해 몽골과 중국 동북부, 남부 시베리아에서 짝짓기 하므로 한반도에서는 이 독특한 모습을 관찰할 수 없다. (느시 자체를 볼 수 없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 싶다.) 아래 내용은 영문 위키백과 내용을 참고한 것이다.
수컷 느시는 최대 5마리에 암컷과 짝을 맺을 수 있다. 짝짓기 전 수컷은 1월경 털갈이를 하는데 수컷들은 일부다처성 때문에 자기 부리로 상대를 치면서 서로 격렬하게 충돌한다. 다른 느시처럼 수컷 느시는 번식지에서 암컷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하거나 자기만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컷은 뽐내며 걸으면서 자신의 현란한 몸짓을 보여주기도 하고 축구공 크기 목에서 훅훅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머리를 안쪽으로 집어 넣으면 목 깃털이 위로 솟고, 머리는 보이지 않게 된다. 등을 따라서 꼬리가 곧추 선다. 감춰진 연한 갈색 깃털은 밖으로 나오고 날개는 낮춘다. 앞쪽에 비행날개는 접히게 되지만 뒤쪽에 부채모양으로 펼쳐진다. 이런 모습을 나타내는 독특한 모습 때문에 수컷은 거품목욕으로 묘사되고, 깃털은 눈부시게 빛나며 머리는 푹들어간다. 몇 분 동안 그 상태로 걸어다닐 수 있다.
설명으로 들으니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 몇 장에 사진을 첨부한다. 사진을 보면 정말 ‘거품목욕’이란 말이 실감나는데 필자는 목화솜에 비유하고 싶다. 수컷 느시의 구애행동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번 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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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동물박사입니다.
칼럼을 휴재할 때는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어색한 봄이었는데 이젠 꽃도 지고 잎들도 제법 파란색으로 변해 성큼 여름으로 다가간 것만 같습니다. 요새 너무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무척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느시 칼럼은 열정을 가지고 연재한 칼럼입니다. 느시가 알고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은 새더군요. 크낙새 편과 마찬가지로 국내 자료가 너무 빈약해서 영문 자료를 보고 칼럼을 쓰는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원문 해석해주시는 어머니께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음 편엔 본격적으로 한반도 느시에 대한 얘기에 들어가며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느시 편이 끝나면 또 다시 한번 칼럼을 휴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는데 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